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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다이어트 광고 같다. 그런데 다이어트처럼 힘든 경험은 아니었다. 6월 4일부터 2주 동안 체중이 조금씩 조금씩 불어서 4kg이 찌더니, 고작 이틀 만에 쑥 빠져 버렸다. 살이 찐 게 아니라, 몸이 부은 것이었다. 얼굴은 땡글땡글, 배는 남산, 발은 띵띵. 이상하게도 발은 엄청 부었는데, 손은 멀쩡했다. 그랬는데 3일 전 잠을 좀 적게 잤더니 몸이 정신을 못 차리고 하루종일 자기에 돌입, 정신을 못 차리고 잠만 잤다. 중간에 깼다가 더워서 이불을 젖히면 춥고 이불을 덮으면 덥고 해서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더워서 땀을 흘리고 이불을 젖히면 땀이 식어서 추워지는 것이라, 빨리 땀을 말리고 이불을 안 덮어야 하는데 그걸 견디지 못하고 다시 이불을 덮게 되니, 다시 더워서 흘린 땀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었다. 그걸 깨닫고서야 입고 있는 옷이 땀을 잘 건조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불을 덮고 있더라도 옷은 말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그제서야 옷을 갈아입었고, 상태는 호전되었다. 그런데 땀을 잘 흘려 줘서 그런지 체온을 재도 매번 정상이어서 도대체 최초에 땀을 흘린 게 무슨 이유에선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이틀 동안 땀흘리며 잔 덕분에 체중이 확 줄어 버렸다. 근데 날 붓게 만들었던 물질들(아마도 물이 대부분이겠지만)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내가 흘린 땀과 소변이 그렇게 많은 양이었을 리는 없고...가 아닌가? 땀의 양이 의외로 많았을지 모른다. 하루 종일 흘렸으니까. 하지만 그게 소변하고 합쳐서 2kg씩이나 되었을까? 신기한 일이다.
그러나 위의 방법(이불 덮고 땀흘리며 내내 자기)은 다이어트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어트는 '물'만이 아니라 '지방'을 빼야 하는 거니까. 그리고 멀쩡한 상태에선 이틀 내내 누우면 잠만 자는(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마도 누워서 빈둥거리다 지칠 거다. 근데 또 신기한 게 찐 만큼 빠지니까 내가 회복됐다는 거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빠지려고 작정했던 것처럼.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제 친구들 3명이 와서 놀다 갔다. 1년도 더 되어 만난 것 같다. 오랜만이었지만 "오랜만"이라고 인사한 친구는 아무도 없었고, "아픈 건 괜찮아?"라고 물어본 친구도 아무도 없었다.
한 친구는 여행가기로 했다는 얘기 및 또 여행갈까 하는 얘기, 한 친구는 임신을 했는데 태아 보험이 어쩌구 하는 얘기, 그리고 한 친구는 데려온 아기를 보느라 얘기할 틈이 별로 없었다. 아, 그리고 나는 이식을 언제 한다는 얘기. 몰랐는데, 나는 내가 주인공이기를 바랐던가 보다. 말을 많이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 애들이 내게 더 질문해 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간 중간중간 통화를 했기 때문에 별로 궁금한 게 없었던 것도 같지만, 오랜만에 본 '아픈' 친구에게 뭔가 다르기를 바랐던 것 같다. 내가 부엌을 왔다갔다 하며 챙기는 것을 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도 나는 병원 생활이나 내 병에 대해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던가 보다. 주에 한 번씩 주사기로 '헤파린'이란 것을 내 가슴에 달린 '히크만'이란 관에다 주입하는 거라든지, 4주에 한 번씩 항암제로부터 난소를 보호하기 위해 '졸라덱스'라는 약을 주사로 <배에다> 맞는다든지. 그 아이들이 굳이 알아야 할 필요 없는 것들을 나는 떠들고 싶었던가 보다. 그리고 정말은 병 때문에 몸이 힘든 건 그냥 참으면 되는데, 주변 사람들(가족들) 때문에 마음이 힘든 건 정말 참기 힘들다는 거... 여자들 4명이나 모인 자리에서 하기엔 적절치 못한 얘기였을까? 친구를 만나는 상상을 하면서 한 번쯤은 안겨서 울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었는데, 한 번, 두 번, 세 번을 만나는 동안 눈물이 찔끔한 적도 없었다. 그냥 못 보던 친구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 떠는 상황. 단지 내가 많이 움직이면 힘들까 봐 거들어 주는 정도. 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아니, 이 친구들은 무슨 생각으로 나를 만난 것일까? 병원에서 만나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있으면 지금과는 달리 몸도 마음도 더 힘들었을 텐데, 그와 상관없이 실속없는 수다나 떨다 갔을 테니 말이다. 보내고 나서 지치고 기가 막혀했을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늘 이 생각이 들어 있다.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고." 확률이야 모르지만, 재수없으면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다. 그러나 그네들은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만남에서 그냥 현재 자기에게 닥친 관심사만을 얘기하고 가 버렸으니. 혹자는 굳이 마지막이라 다를 거 없다,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하기야 나도 그 애들에겐 아무런 '마지막' 선물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휴. 이런 거 뭐 되씹어 봐야 무엇하겠는가(요새 내 생활 태도가 이렇다). 마음 가볍게 툭툭 털어버리고 그러려니 하면 될 뿐. 친구들로선 그게 위로요 위안이었을 것이다. 평소처럼, 건강할 때처럼. 그렇게 굴어주는 것이 내게 용기가 될 거라고 여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과일 말고 다른 선물 같은 거 좀 사다 주지, 내 생일 하지도 못하고 지나갔는데... 병원에서 심심할 때 읽을 책이라도. ^^ 그냥 한 번 생각하고 지나가면 되는 거다. 이렇게 써서 남길 필요까지는 없었는지도... 나무 유하 잎새는 뿌리의 어둠을 벗어나려 하고 잎의 굴광성과 뿌리의 굴지성을 저렇게 멋지게도 표현할 수 있다. 서점에서 어느 시집을 집어들었다가 너무 놀라워서 당장 메모했던 시이다. 나도 나 자신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비로소 하나의 제대로 된 인간이 되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시. 그러나 내가 나를 벗어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가 힘들다. 물냉면을 해 먹었다. 비냉2+물냉2 이렇게 4인 가족 세트로 포장된 거였는데, 막상 뜯어 보면 1인분씩 각각 포장되어 있어서 꼭 한꺼번에 4인분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 5월 31일 월요일, 그제 퇴원했다. 아우, 지겨워. 4월 6일부터 근 2달간 있었다. 그게 겨우 끝이 났다. 뭐, 또 자주 병원 가야 하고, 조만간 다시 입원치료 받아야 하지만 일단은 나와서 좋다. 햇빛도 못 보고 갇혀 있던 시간이 얼마나 지겨웠던지. 물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나간 적도 있긴 했지만, 퇴원 통보를 받았을 때에는 뛸 듯이 기뻤다. 아직 눈이 다 낫지 않아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병원을 나온다는 사실만이 마냥 좋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집에 와 보니 눈이 회복 덜 된 게 티가 많이 난다. 가끔씩 사시가 나타나고,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면 현기증이 나서 많이 힘들다. 눈이 조금이라도 피로하면 약간 아프기도 하고. 아직 안구 운동이 자연스럽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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